끝내주는 회장님의 애완작가 Portrait de l'ecrivain en animal domestique (양장) 끝내주는 회장님의 애완작가 Portrait de l'ecrivain en animal domestique (양장)
리디 쌀베르(Lydie Salvayre), 임희근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1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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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이 정도는 하루면 읽겠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페이지를 읽었을 때, 솔직히 다시 덮을 뻔했다. 과장 조금 많이 보태서 내 손바닥 만한 페이지에 무슨 글자가 이리도 빼곡히 적혀 있는지. 킹사이즈 햄버거 회장 토볼드의 복음서를 만드는 전기작가의 이야기라더니 진심으로 성경을 만들 계획이었던 것인지, 문단도 긴 데다가 인물들의 말까지 줄줄이 문단에 포함되어 있어서 읽기가 참 힘들었다.-심지어는 문단 하나가 한 페이지를 넘어 두 페이지 가까이 차지하고 있을 때도 있었다. 70p. 쪽수까지 기억나네. 찾아 보면 더 있다.-
 게다가 천박한 회장 토볼드의 가볍고 투박한 말투와 고상한 문체를 구사하는 작가의 말과 생각이 뒤섞여 누가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어디서 말이 끊어지고 장면이 바뀌는지도 이해하기 어려운 서술방식은 나로 하여금 수도 없이 책 읽기를 포기하고 싶도록 만들었다. 솔직히 뭐 이런 책이 다 있는가 싶었다. 그렇다고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을 포기한다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에, 영어 지문을 해독하는 심정으로 이해가 될 때까지 반복해서 보고 또 보며 천천히 읽어나갔다. 
 다행히도 어느 정도 독특한 서술방식에 익숙해지고 나니 그제서야 이 책의 진정한 재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히 결말에 다가가서는 책에 완전히 몰입되어 앞부분을 읽는 데 들인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잠깐 사이에 마지막까지 읽어냈다.
 사실 막판에 가서야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간 것은 망가져가는 토볼드의 꼴이 고소해서일지도 모른다. 토볼드는 경영자로서는 세계 최고지만 한 명의 인간으로서는 최악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다. 오만하고 천박하며 남을 생각하는 마음도 전혀 없고 경쟁자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남자 토볼드는, 모든 것을 가진 남자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철저한 외톨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토볼드를 마냥 고소해할 수만은 없는 것이, 그는 분명 최악의 인간이지만, 그가 하는 말은 –더럽더라도-진실이라는 점이다. 물론 소설에서의 과장이 많긴 하지만 세상의 가장 지저분한 현실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신의 복음서에 적으라며 떠벌리는 토볼드의 말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분명 살아볼 만한 썩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괜찮은 세상이라고 믿지만 필시 토볼드와 같은 끔직한 인물도 함께 살고 있을 터, 그들도 이 책을 꼭 한번쯤 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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