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호신술

2010. 5. 14. 23:20
대화 호신술 대화 호신술
바바라 베르크한, 김현정 | 새로운제안 | 201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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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군대에 있다가 휴가를 나온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 가볍게 한 잔 걸치고 PC방에 갔다. 밤이 깊도록 게임을 즐기다가 너무 졸려서 이제 더는 못 버디겠다 싶을 때쯤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러 갔는데 계산대에 앉아 잔돈을 거슬러 주는 남자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제될 행동을 한 것이 없었기에 당당히 마주 바라보았는데, PC방을 나서려고 등을 돌리는 순간 남자가 시비를 걸어왔다.  

 "야, 너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 

 당황하여 황망히 아니라고 부정하자 거친 욕설이 되돌아왔다.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 싸우는 것도 싫어하고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도 않았기에 화를 꾹 참고 얌전히 나오기는 했지만 불쾌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남자에게 내가 받은 것과 똑같은 모욕을 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분했고, 한편으론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자신이 정말 한심했다. 이 책을 손에 잡자마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탐독한 것은 이런 일이 있은 직후에 접했기 때문이었다. 

 '대화 호신술'이란 힘으로 상대방을 누르는 기술이 아니다. 상대방의 말을 흘려보내거나 오히려 역으로 이용해서 무력화시키는 기술이다. 이것은 공격이 아닌 방어이므로 상대방도 나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 참으로 멋진 기술이다. 이 책에 나온 반박전략들의 가장 좋은 점은 실천하기 쉽다는 점이다. 현란한 언변을 구사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오랜 기간의 연습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정신만 잘 차리면 된다. 상대의 도발에 휩쓸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한 채로 상대의 말을 흘려보낼 수 있는 간단한 몇 마디만 떠올려 낸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니면 아예 여유있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도 가능하다! 

 책을 읽으며 나에게 부족한 점이 무었인지 생각해 보았다. 우선 나는 상대방에게 쉽게 휩쓸려버려 거리를 두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당시에도 상대방이 나를 업신여긴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또 한 가지는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만약 격한 감정에 휩싸이기 이전에 상대방의 행동의 이유를 알아내려는 시도를 했더라면 오해를 풀고 웃으면서 해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나는 이제 더이상 언어적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마주칠 언어적 공격은 이번에 배운 반박전략을 하나씩 시험하기 위한 연습상대일 뿐이다. 

 "어디, 한번 공격해봐. 전부 피해주겠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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