꽌시전쟁

2010. 4. 12. 08:45
 중국 도서는 일본이나 서양의 베스트셀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수입되는 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거기다 수입되는 책 중에도 소설은 많지 않다 보니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도 중국소설은 찾아보기 어렵고 어쩌다 눈에 띄더라도 익숙하지 않은 영역이라는 핑계로 외면해버리곤 했는데, 그런 사정으로 '꽌시전쟁'은 저에게 나관중의 고전소설'삼국지연의' 이후 처음으로 읽은 중국소설이 되었습니다.

 평소에 책뿐만 아니라 중국 영화에도 관심이 별로 없었던 탓에 중국문화에 익숙하지 않던 저로서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구별하는 일조차도 쉽지 않더군요.('성별조차 헷갈렸다.' 파문.)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중국식 농담들을 이해하는 것도 힘들었구요. 등장인물들은 뭔가 대단히 재밌게 대화를 하는 것 같은데 읽는 저는 하나도 웃기지 않는 슬픈 상황이... 번역하신 분이 적당히 의역한다든지 주석이라도 달아주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냥 문자 그대로만 옮겨놓으신 것 같아서(라고는 하지만 제 지식이 모자라서일지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기회가 되는 대로 중국 소설을 자주 읽어서 익숙해지도록 해야겠네요.

 중국 소설이 익숙하지 않아 읽는 데 조금 고생은 했지만 읽으면서 느낀 점이 제법 많았습니다. 아직 사회상활을 하기에는 한참 멀은 나이지만 대학생이 되면서 '사회생활 맛보기'를 해보니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확실히 알겠더군요. 소설에서와 똑같은 일은 일어나기 힘들겠지만 주변사람들의 비슷한 사례를 직접 지켜보면서 나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 흐트러지지 않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잘못된 관계로 오히려 곤경에 처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때 부하직원이었던 자의 계략에 의해 일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이 필요에  의해 일부러 만들어낸 가식적인 인간관계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왠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이 나에게 필요한 사람인가를 먼저 따져보게 됩니다. 이제 사회로 나갈 날이 점점 다가온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못된 습관이란 걸 알면서도 자꾸 이리저리 계산해보고 사람을 사귀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 사귄 사람들과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관계만을 유지하고 어느 수준 이상의 깊은 친밀감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이 사람들은 이해관계가 사라지면 곁에서도 사라질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아무 조건 없이 함께 있을 수 있는, 진실한 관계를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겠습니다.
 
,